"돌격!!!" 뿌연 연기.. 재웅은 그 사람이 노역시간마다 조금씩 꼬불쳐둔 러닝셔츠나 헌 옷가지를 비료를 푼 물에 담그어두라고 지시한 이유를 알았다. 옷가지와 함께 타들어가는, 섬유 사이사이에 스며있는 일부 성분들이 매캐한 연기를 생성하여 시야를 가렸기 때문이었다. 일제히 이것들을 한데 모아서 던지고, 탁자를 엎어서 몸을 숙인다..
"이 새끼들 다 죽여버려!!"몇발의 총성... 총알이 탁자를 관통하여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의 몸통에 명중했고 그들은 피를 흘리며 쓰러졌지만, 그가 사전에 지시한대로 숨을 죽이고 있었다.
재웅은 아까 그들에게서 빼앗은 곤봉을 제대로 쏠수나 있을까? 군 시절 K-2랑 M-60화기를 다루어봤지만 이런 몽둥이로 사람을 공격해 볼 기회를 가져본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상황에서 쓸수 있을까? 이러한 생각을 하는 와중에 몇발의 총성이 더 들리면서 동료 몇명이 가슴팍에서 피를 쏟으며 쓰러지는데, 그는 눈 앞에서 동료들의 죽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말을 하지 없고 있었다.
"형님! 언제?" 라고 물어보려고 했지만, 그는 검지손가락을 자신의 입술에 가져다 대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대체 몇명이나 죽어야 움직일 것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저 뿌연 공간 앞으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들"일까? 정말 형님이 말한대로 놈들이 "확인사살"을 하기 위해 접근하고 있는 것일까?
권총을 들고 있는 재웅의 오른손이 덜덜덜 떨리고 있었다. 이대로 일아나서 더 앞에 사격을 해야할까? 아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함부로 쏠수 없다. 게다가 형님의 지시가 떨어지지 않은 이 상황에, 혼자 독단적으로 움직일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 믿어보자.."재웅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오른손을 들어서 앞으로 휘젓는 그... 준비하라는 제스쳐였다. 일행이 들고 있는 무기들은 제각기 달랐다. 식칼, 소방용 도끼, 마대자루, 심지어는 스테일레스 쟁반 등등, 이들은 군인이 아니었다. 이들이 총을 가진 놈들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은 자살행위와도 같았다.
"지금이야 덮쳐!!"
"죽어라!!!"순간 그가 목청터져라 "덮쳐!" 라고 외쳤고, 대기중인 일행들은 일제히 일어나 쓰러뜨린 식탁을 밟아 공중으로 도약하여, 뿌연 연기 안쪽에서 희미하게 비추어지는 놈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재웅이 제일 먼저 본 것은 뒤쪽으로 주욱! 하고 뿜어진 핏방울과 뇌수였다. 공중으로 박차고 뛰어오른, 일행 중 한명이 놈들 중 한명의 머리를 도끼로 쪼게놓은 것이다.
그렇지만, 도끼에 맞아죽은 놈은 죽는 와중에도 길동무를 데려가겠다는 생각이었는지, 반사적으로 방아쇠에 얹어진 손가락에 힘이 가해졌고, 고작 몇그램에 지나지 않는 구리코팅된 납조각 몇개는 도끼를 들고 있었던 용감무쌍한 부월수 한명의 생명을 빼앗아가버렸다.
이때까지도 재웅은 일어나지 못하고 옆으로 쓰어진 테이블 뒤에 쪼그리고 있었다. 아예 작정을 했는지, 완전자동으로 갈겨대는 소총소리에 사지근육은 물론이고, 폐속에 있는 폐포 하나하나가 모두 마비된것 같았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젠장...
군대도 갔다왔다. 수류탄 훈련도 해 봤고 소총도 쏴 봤다. 군 시절 M60사수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군에서는 이렇게 "조준당하는 타겟"의 입장이 되어본적이 없었다. 조국이 준 전시상황인 나라이지만, 총으로 사람을 쏴본적도, 누군가가 자신을 죽일 일도 없었으니까.. 최소한 이전까지는 말이다.
"하나.. 둘.. 셋.."눈은 꼬옥 감은 재웅은 양손으로 곤봉을 쥐고 천천히 숫자를 세고 있었다. 딱 열까지만 세면 나갈거야!! 마침내 자신의 입에서 "열"이라는 소리가 흘러나왔을때, 그는 아직 눈을 감을 상태로 일어서, 두 눈을 가리고 있던 눈꺼풀을 천천히 위로 올렸다. 눈 뜨는게 이렇게나 힘들 줄이야....
뿌연 세상속에 처음으로 눈을 뜬 재웅의 눈에 비추어진것은 "지옥도"의 한 장면이었다. 아니.. 지옥도가 훨씬 나았다. 같이 수감생활을 했었던 일행들.. 그리고 소총으로 무장한 간수들은 현재가 21세기라는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전 근대적인"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어떤 간수는 삽날에 목을 맞아 피를 쏟으며 죽어가고 있었고, 어떤 수감자는 눈이 뒤집혀져서 식사때 사용하는 포크숟가락으로 간수의 눈, 코, 입을 사정없이 찌르고 도려내고 있었다.
어떤간수는 이미 숨이 끊어진 수감자의 얼굴을 개머리판으로 사정없이 찍어서 "분쇄"하고 있었고, 또 어떤이는 상대방의 등에 메달려서 목이며 얼굴이며 물이뜯고 있었다.
형님이 "탈출" 계획을 세우면서 수감자들을 선동하고 있었을때에는 몰랐었다. 그렇지만, 막상 일이 닥치고 나니.. 이런 상황을 보고나니 싸워서 탈출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어딘가에 숨고 싶다는 마음뿐이다.
그렇게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는데, 순간 온 몸이 마비되는듯한 느낌이 들면서 재웅의 몸은 그대로 굳어져버렸다.
겨우 3미터도 안되는 거리에서, 간수 중 한명이 재웅을 조준하고 있었던 것이다. 말초신경은 물론이고, 심장, 폐...그리고 두뇌의 역할까지, 자신의 자유의사를 모두 박탈당한, 마치 과학시간에 마취되어 고정되어있는 해부용 개구리가 되어있는 기분..
"..여기서 끝인가?"두 눈을 감는다면 덜 두려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눈을 감아라"라는 지시조차 내릴수가 없었다. 교통사고를 당하는 사람들이 왜 달려오는 차를 보고 그냥 멍하니 서 있는지 이젠 알것 같다.
조준 당하는 기분이란?
갑자기 그의 고막을 찢는듯한 거대한 천둥소리가 들리면서, 눈을 감을수 있는 의지마져 박탈당했던 재웅의 눈이 깜빡여졌다. 자신을 조준하고 있는 간수가 왼손으로 목을 잡고 비틀거린 것이다. 또 한 차례 울리는 천둥소리에 이번에는 놈의 귀에 피보라가 일면서 총알에 잘려나간 귀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
..
...
"아악! 씨발!!"착각이었을까? 작년 여름, 제네스 실험수용소의 그 일이 생각난 이유는 왜일까? 지금 화살에 귀가 찢겨나간 인호의 한쪽 귀와, 늄 형님이 재웅을 구하기 위해 간수에게 쏜 총알이 놈의 한쪽 귀를 날려버렸을때가 오버랩이 되었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돌어보니 호연은 이미 숨을 끊어진 상태요, 인호는 귀가 있던 자리를 손으로 움켜잡고는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이봐!! 이봐! 정신차려!!"군장을 아파트 벽에 세워둔 재웅은 양손으로 호연을 뒤에서 안듯이 잡아 군장 뒤쪽으로 끌어당기고는 양손으로 호연의 두 뺨을 감싸쥐었다.
"심호흡 해 심호흡!!! 한쪽 귀 잘려나가도 안죽어!!"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생명체는 공포심과 고통이 없는 생명체가 아닐까? 그런점에서 인간은 참 나약한 동물이다. 목숨을 걸어야 할때 항상 주저하게 되고, 쉽게 좌절하며 그러한 좌절감은 스스로를 파멸 내지 죽음으로 내몰게 한다. 팔 한쪽, 다리한쪽이 잘려나갇 지혈 및 응급처치를 제대로 한다면 생명에 지장이 없지만, 보통은 이러한 상황에 "쇼크"가 오기 마련이다.
지금 인호의 상태가 딱 그렇다. 화살촉에 한쪽 귀가 뜯겨나갔을 뿐인데, 거의 전의를 상실한 상태가 아닌가?
재웅이 몇차례나 소리를 친 후에야 인호는 심호흡을 하면서 안정을 되찾았고, 재웅은 주변의 다른 동료들을 향해 소리쳤다.
"군낭! 군낭을 이용해! 군낭을 엄폐물로 삼으라고!"재웅의 외침에 귀에 들리기 무겁게, 일행은 등에 메고있던 군낭을 바닥에 내려놓고 그 뒤쪽에 몸을 숨겼다. 다행히도 놈들의 활은 위력이 그리 강력하지 않은듯, 빗물에 흠뻑 젖은 가방을 완전히 관통하지는 못했다. 운 나쁘게도 호연은 출격 전 옷 안에 삽입하는 "방검패드"(보통 방검소재는 고강도 섬유를사용하지만 Z.E.R.T는 마섬유로 두텁게 짠 직물에 용제에 녹인 수지따위를 먹여 굳힌것이다.)를 뻬버린 멍청한 짓을 해 버린 탓에 세상 하직을 해 버린 것이다.
그래도 재웅은 한때 동료이고 후임이기도 한 호연의 눈을 감겨준 후 그가 차고있던 인식표.. 일명 "개목걸이"를 제거해 웃옷에 달려있는 포켓에 넣었다.
"화살!!!"실버팡이 멀리서 "에잇!"하는 함성을 듣고는 반사적으로 소리쳤고, 그전까지 견제사격을 가하던 일행은 일제히 군낭뒤에 숨거나 바짝 엎드렸다. 놈들 역시 어두운 나머지 이쪽을 제대로 볼수 없지만, 놈들은 수가 많은데다가, 무차별로 화살로 탄막습사를 하는 탓에 엎폐를 놓쳤다가는 호연처럼 되거나 운이 좋더라도 인호처럼 신체의 일부를 잃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쏟아진 화살중 한발이 군낭에서 짐이 거의 들지 않은 부분을 관통해서 반대편으로 쑤욱 나오는데, 그 뒤에 있었단 아니스는 그 바람에 숨이 멎는줄 알았다. 다행히 위력이 약했는지 적당히(?) 튀어나오다가 말았긴 하지만...
"1, 2, 3"몇번의 "화살비"를 접한 단휘는 이미 그 패턴을 파악했지, 화살비가 멈추는 그 순간 제빠르게 몸을 일으켜 놈들이 있는 진영으로 한발의 화살을 날렸다. 일반 원형화살이 아닌 사각형의 PVC원통을 장전에서 쏘는데, 원통의 중앙에는 화살이 지나갈수 있는 공간이 있어서, 매우 짧은 길이의 화살을 쏠수있게 개조한 것이었다.
조선시대의 "편전"처럼 말이다.
물론, 이건 편전의 통아처럼 새로로 갈라놓은 대롱이 아닌, 각 파이프의 가운데라인 부분에 시위가 지나갈수 있도록 공간을 "터"놓은것이지만 말이다. 어두워서 잘 모르겠지만, 오랬동안 활을 쏴본 "느낌"상 저들 중 한명에게 명중한것은 틀림없는것 같았다. 저쪽에서 깜빡이는 불빛이 사라졌으니까.
"그 물건 쓸만한데요?"곁에 있던 이성호 소위가 한마디 했다. 종종 활터에서 유나중위나 푸른별소령이 비슷한거(?)를 쓰는것을 본적이 있었던것 같다. 가까운 거리에서는 일반화살보다 빠르고 관통력이 좋다고 하는데, 실제로 운용된적은 없었던것 같다. 고스트팀들이 사용한다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들의 장비 지급목록에 그런 장비는 있지도 않았다. 뭐.. 멋대로 만들어서 사용했을수도 있지만 말이다.(무기개발부에 군표 몇장 주면 별걸 다 만들어주는 데 뭐..)
성호의 한마디에 단휘는 씨익 웃으면서 대답했다.
"근데 장전하는게 느려요, 저놈들 다 처리하는데에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화살!!" 또 다시 들려오는 화살경고...그래.. 단휘가 이들을 모두 처리할때까지 기다릴수는 없다.(재장전 속도는 둘째치더라도 화살 갯수가 ...) 정석으로 훈련을 받은 장교지만, 이런 전투상황은 처음이니 막막했다.
"제길... 이럴때는 어떻게 해야하지?"여기가 미국이고, 자신이 미군소속이라면 영화 트랜스포머처럼 AC-130 건쉽이 지상의 적들을 향해 대포를 쏴 "몰살" 시켜버리겠지만, 그건 언제까지나 바다건너 있는 먼나라 이웃나라의 이야기이고, 지금 이 상황에는 말도 안되는 바램이지 않은가?
"맞다...! 총류탄!"영화에서 본것, 장교교육대 시절 교육영상으로 보던 장면, 그리고 전쟁을 배경으로 한 게임의 한 장면이 가득했던 그의 미릿속에서 스쳐지나가는것이 있었으니 다름아닌
[총류탄] 이었다. 사실 총류탄이라기 보다는 강관에 화약을 채워넣은 "파이프폭탄"에 추진제가 든 어댑터를 끼운 물건이라고 해야겠지만... 총으로 발사하는 폭탄이니 총류탄이 맞긴 하다.
이렇게 생겼지요. 'ㅅ'
재주도 3군 임시본부에서 속성장교과정을 수료했던 그가 진천 Z.E.R.T 사령부에 부임와서 놀랐던것이 있었으니 다름아닌 이들의 무기들이었다. 총이탄피를 사용하는 소총으로 사격훈련이라던지, 활터에서 습사훈련, 거기다가 파이프와 화약으로 만든 급조폭발물 등등, 이건 뭐 지구 건너편의 반군보다더 열악한 병기들을 만들어 쓰고 있었으니까.
이러한 구식병기들은 사용자로 하여금 더 많은 양의 훈련이 요구되었다.
성호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총류탄을 미리 점화 시킨후 몇초 기대렸다가 발사.... 놈들의 머리위에서 그것을 폭발시키는 것이었다. 통상 수류탄은 안전레버가 벗겨진 후 약 3~4초후에 폭발한다. 때문에 그 시간 안에 적들이 수류탄을 되던지거나, 폭발하더라도 지면에서 폭발하여 그 위력이 반감되기 마련인데, 안전레버를 벗긴 후 약 2초간 대기했다가 투척을 하면 땅이 아닌 적들의 머리위에서 폭발하여 더욱 심각한 피해를 입힐수 있다.
총류탄 역시 이와 거의 같은 방법으로 사용하는것이다.
문제는 재웅을 비롯한 부사관 후보생들이 이것을 제대로 구사할수 있냐는것인데, 아무래도... 지금은 이들의 능력을 믿어볼수밖에 없다. 곧 머릿속에서 과감하게 이 작전을 수행하기로 마음먹은 성호는 흐뜨러진 마이크를 입가에 댔다.
"부사관부호생 제군들! 지금부터 내 말 잘 듣게나!"
"에잇!!"
"화살! 피해라!"우우상병의 화살 발사 경고에 일행은 모두 벽과 군낭 뒤에 엄폐를 한 후 이성호 소위의 말에 주목했다.
"부사관후보생, 제군들은 총류탄을 장전하도록!, 지금부터 내 지시에 맞게 발사 전 총류탄을 조기점화시킨다.! 놈들의 머리위에서 터뜨릴 생각이다. 총류탄 공격 직후 혼란스러운 틈을 타 정면돌파를 시도한다! 총검술 동작 모두 숙지하고 있겠지?"
일행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와 검지로 원을 그려보이며 지시사항을 제대로 하달받았다는 "사인"을 했다. 상관의 지시니 "OK"라고 대답했지만 이들의 속마음은 그렇지 않은지, 모두들 얼굴이 굳어진듯.. 솔직히 이 난리중에서 정면돌파로 적들의 진영을 뚫는다는건 위험부담이 컸으니까.
순화시켜서 "정면돌파"지 사실상 "착검돌격"이 아니던가?
총검술 동작... 과연 실전에서 얼마나 효율적일까? 한참 전.. 1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20대 군대에서 배운 총검술, 이런말 하기 뭐하지만 정말 배우기 싫었다. 좌 베어, 우 베어, 찔러, 돌려 쳐 등등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군중댄스인지 단체 체조인지 알수 없었던 동작들....그냥 총으로 탕~! 쏘면 될 텐데, 이런 시덥지 않은 동작들은 뭘까?
그런데 Z.E.R.T에 편입된 후 또 이러한 동작을 배워야만 했다. 뭐 총검술은 양호한 편이었다. (활쏘기, 봉술에 비하면..)
"착검! 준비!"곧 이성호 소위의 목소리가 울려퍼졌고, 재웅과 에임스를 비롯한 일행들은 바요넷(총에 끼우는 타입의 칼)을 꺼내 땅에 찔러넣었다. 본래는 "착검"을 명령했어야 하지만, 착검을 하면 총류탄을 사용할수 없었으니까. 총류탄 사용 후 빠르게 "착검"을 위해 미리 준비를 지시한 것이었다.
"총류탄~~ 장착!"구령에 맞추어 일행들은 파우치에서 파이프 폭탄과 총류탄용 어댑터를 꺼내 능숙한 손놀림으로 조립 한 후, 어댑터 끝 부분을 총구에 맞추어 힘을주어 밀어넣었다. 부사관 후보생들은 총류탄 훈련을 받을 때마다 이 동작을 "남녀합방"이라고 하면서 낄낄대며 웃어댔는데, 어딜가나 사람들 생각하는건 늘 같았던 모양이었다.
총류탄을 끼운 일행들은 방아쇠울이 자기쪽을 향하도록 총기를 뒤집은 후 개머리판을 비스듬한 각도로 땅에 갔다대였다. 이거 문제는 "발사각"인데, 맑은 날씨에, 탁 트인곳에서 훈련을 받았었던 재웅일행과 이성호 소위가 적까지의 대략적인 거리를 가늠하기는 가소 어려웠는지, 지시를 내리는 성호는 미간을 찌부리며 중얼거렸다.
"젠장.. 거리가.."
"65m 내외입니다."옆에 있던 단휘가 거들고 싶었던 모양이었나보다. 실전경험이 부족한 대원들이, 목측으로 거리를 가늠하는것은 그리 쉬운일은 아니니까. 곧 일행들은 65m에 대한 "적당한 각도"를 찾아 적을 겨냥했고, 부하들의 행동을 확인 한 성호는 그 다음 명령을 내렸다.
"점화!!"일제히 당겨지는 총류탄 안전끈... 황과 인의 혼합물이 묻어있는 안전끈이 마찰을 일으키자 왁스로 코팅된 도화선은 잠시 밝은 빛을 내며 점화되어 타들어가기 시작했고, "점화"가 이루어진 후 한 템포 가량 도화선이 그대로 타도록 내버려둔 성호는 총류탄이 장전된 소총의 방아쇠를 당기면서 소리쳤다."
"발사!!"방아쇠 유닛과 연동된 작은 부품들이 공이부품의 중간에 있는 작은 탭을 놓는 순간, 공이는 스프링압에 의해 빠른속도로 전진운동을 시작했다. 곧 공이는 자신의 최종목직지에 도달하여 종이와 장약으로 구성된 탄의 뒷부분을 강타했고, 탄 뒷부분에 있는 안정성이 있었던 "고체"는 물리적인 힘에 의해 급격하게 불안정해지면서 "붕괴"하기 시작했다.
실린더형의 탄창 안에서는 순간적으로 높은 열과 함께 다량의 가스가 발생하면서 총강의 내부압력을 상승시켰고, 그 막대한 양의 가스는 총구 앞을 틀어막고 있는 총류탄 어댑더를 밖으로 밀어 올려 "방출" 시켜버렸다.
총류탄 발사~!!
총류탄은 총구 밖으로 빠져나왔지만, 총류탄과 함께 총구 밖으로 방출된 화염은 어댑터 안에 내장되어 있는 추진제를 점화시켜 묵직한 화약으로 가득 찬 파이프통을 공중으로 날려보냈다. 아마도, 지구에 중력이 없었거라면 무한정 공중으로 날아올랐을 것이다. 그러나, 중력의 법칙을 거스를수 없었던 "화약깡통" 들은 포물선을 그리면서 급격하게 추락을 했다.
그 깡통들이 도달한 곳은 처음 출발지로부터 약 65m 내외의 거리..지면으로부터 약 1~2m정도의 높이에서였다. 도화선이 미려 당겨지지 않았더라면 땅바닥에 떨어져 몇차례 덤블링을 한 후 자기희생을 했겠지만, 이번에는 이야기가 달랐다.
공중에서 폭발한 파편들.... 파이프를 구성하고 있던 "외피" 조각들과 안에 들어있는 쇠구슬과 유리조각은 사방으로 날아다니면서 적들의 머리와 어깨를 무침하게 유린 해 버렸다.
"착검!!!"성호가 착검명령은 "착검"을 "지시"하는 것이 아닌 착검을 "확인"하는것에 가까웠다고 할수 있었다. 재웅을 비롯한 부사관 후보생들은 총류탄이 발사되는 즉시.. 그것이 놈들의 머리 위에서 터지기 일보직전에 땅바닥에 꽂아둔 총검을 집어들었으니까. 십수명이 한꺼번에 연속적으로 총류탄을 발사했다면 모를까..
이 정도의 총류탄 공격으로 적들이 전멸할리는 없다.
다만...
"돌격!!!"
"charge!!!"돌격을 지시하는 성호 소위... 그러나 뒤에서 뭔가 밀덕스럽게 덧붙이는 사람이 있었으니 다름아닌 성민이었다.
"우라~!!!"
"우라~!!"
다들 옛날에 전쟁 영화 좀 봤다. "와아~!" 하는 함성보다는 "우라~!" 라고 외치는데, 이게 무슨 붉은군대인가 싶다. 60m 남짓하는 거리.. 성호가 지휘하는 재웅 일행과, 단휘가 지휘하는 저항군들은 저마다 손에 들고 있는 연장들(?)을 들고 전력질주로 앞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늦어진다면, 근거리에서 화살공격을 받고 전멸할지도 모른다.
"사격 개시!!"선두에 서 있던 재웅은 전방을 향해 소총을 발사하면서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정확하게 조준사격을 하기보다는 혼란을 극대화 시키기 위한 수단...재웅의 외침에 일행들은 일제히 놈들이 들고 있던 방패막을 향해 발포를 시작했다. 아까 총류탄 공격으로 죽은 자, 부상을 입은자가 있었고, 앞에서 총알이 날아들었지만, 놈들 역시 필사적이었는지 방패가 내려지면서 활들 든 자들 몇명이 보였다.
"에잇!!"
"수그려!!"재웅 일행의 견제사격에 적 궁수 몇명이 가슴팍에서 피를 쏟으며 앞으로 꾸고라졌지만, 놈들은 그 정도의 희생정도는 감수했는지 저 앞에서 달려오는 광전사의 무리를 향해 화살을 퍼부었다. 다행스럽게도 재웅이 이들의 동작을 파악하고 제빨리 수그리면서 동료들에게 "경고"를 했었고, 화살들은 아슬아슬하게 일행의 머리윌르 스쳐지나갔다.
놈들이 들고 있는것은 큼지막한 타워실드에 가까운 물건..
자세를 낮추어 버린다면 방패 뒤에 있는 궁수들은 아군을 제대로 공격할수 없다.
"오오!!" 적과의 거리는 겨우 2미터.. 적들은 돌격을 방어하려는 모양인지 방패를 들어올려버렸다. 그러나, 몇발의 총성이 들리면서 타워실드 몇개가 사방으로 파편을 날리면서 부서졌는데, 돌격 직전 산탄총을 꺼내 든 성민의 작품이었던 것이다.
"차!!"성호의 명령에 맨 앞에 가고 있던 재웅은 놈들이 들고 있던 방패를 강하게 밀어찼고, 다른일행들 역시 일제히 방패를 걷어차면서 적들의 방어대열은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차! 쳐! 차! 쳐!""차"라는 구령에는 강하게 적들의 방패를 밀어찬다. 그리고 "쳐"라는 구령에는 개머리판으로 적들의 낭패를 밀어친다. 조금이라도 지체되었다가는 적 궁수들이 반격을 할 여유를 줄수 있기에, 성호는 끊임없이 구령을 붙여가면서 적들을 밀어붙였다. 그리고 그 와중에 활을 쏘기 위해 머리를 내민 적들은 성민이 들고 있던 산탄총의 제물이 되어버렸다.
"먹어라! 씨발놈아!"일행들이 놈들의 방호진을 밀어붙이고 있었을때, 뒤로 몇걸음 물러난 사람이 있었으니 다름아닌 판출이었다. 가방에서 "Heinz"라고 쓰여있는 유리병을 꺼낸 그는, 뚜껑을 열고 안에 손수건을 쑤셔 넣은 후 수차례 흔든 후 불을 붙였다. 몰로토프 칵테일(Molotov cocktail) 일명 "화염방"을 오른손에 든 그는 앞으로 뛰어가는 듯 싶더니 배구선구처럼 도약하여 놈들이 들고 있는 방패너머로 넘겨버렸다.
곧 방패 너머에서는 불길이 치솟는가 싶더니 끔찍한 비명과 함께, 방패를 든 몇명의 적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대열을 이탈했다.
그것은 그냥 화염병에 아니었다. 연료유로 가득한 화염병에 액체부탄을 채운 콘돔을 쑤셔넣은 폭발성 화염병....점화 된 순간 폭발이 불이 붙은 연료를 사방으로 흩뿌린것이다.
이미 대열은 무너졌다. 아군의 공격에 뒤로 조금씩 물러나면서 반격할 기회를 노렸던 놈들이었지만, 판출의 화염병 공격에 방패를 가진 자들이 대열을 이탈한 탓에 더 이상 궁수들을 보호해줄 수단은 없었다. 이후부터는 일방적인 "살육"이 있을 뿐이다.
"찔러!!!"견고한 방어수단을 잃은 적들의 몸통으로 날카로운 바요넷의 날끝이 파고들었다. 그러나 그들 중 한명.. 재웅의 앞에 있던 병사가 재웅이 들고있는 소총을 붙들고는 놓지 않았다. 죽어도 쓰러질수 없다. 혹은 죽어도 이곳을 내어 줄수 없다는 각오일까?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겨 총을 발사해도 놈은 버티고 서 있었다.
그렇게 놈과 실랑이를 벌이다가는 아군의 대열이 무너질것 같았다. 이런 싸움에서는 대열이 무너진쪽이 일방적으로 패배한다... 적들의 대열은 이미 무너졌지만, 숫적으로 적들이 우세하기에 한치라도 소홀할수 없다.
더 이상 안되겠다 싶었던 재웅은 왼쪽 허리춤에 차고있던 마체트(정글도)를 뽑아들었다. 지금 그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작년.. 처음으로 사람을 죽인 후, 두달간 악몽에 시달렸었다. 아마도, 오늘 이 자리에서 이 마체트로 사람을 베어 죽인다면, 그게에 죽임을 당한 자들이 몇달동안 그를 괴롭힐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누구든 죽음앞에서는 평등한법... 악몽이 무서워서, 혹은 적에 대한 동정심 때문에 적을 죽이지 못한다면, 자신이 죽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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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뎌 다음편 업로드 완료~! 연재속도가 거북이네요.. 흑흑.. ;ㅁ; 확실히 시즌1보다 박진감이 별루... 맨 마지막 "우라~!"는 돌격할때 지르는 함성인데요. 밀덕들 사이에서는 좀 유명(?) 입니다. 총검으로 적을 찔렀을때, 빠지지 않는다면, 방아쇠를 당겨 실탄을 쏴는게 정석이라고 하는데..(저도 한 교범에서 보고 배운거라..)
수류탄은 공중에서 폭팔(?) 시키는 기법은 이미 존재하는 기법입니다. 다만 타이밍을 잘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다이너마이트로 치자면, 심지가 거의 다 탈때까지 가만히 들고 있다가 던지는거나 다름없으니..), 대단히 위험하죠.
PS...연재속도가 왜 이리 느리누~!!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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